코코 샤넬이 34년간 떠나지 못한 호텔의 비결

파리의 전설적인 호텔의 역사와 정신
Oct 28, 2025
코코 샤넬이 34년간 떠나지 못한 호텔의 비결

1898년 문을 연 이래, 수많은 전설을 품어 온 파리의 상징적인 호텔, 리츠 파리.

그 중 가장 특별한 인물은 패션의 아이콘, 코코 샤넬입니다. 바로 건너편에 본인의 아파트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34년간 리츠 파리에 머물며 생을 마감했습니다.

"리츠는 나의 집"이라고 말하곤 했던 샤넬. 도대체 이 호텔은 어떤 곳이었을까요?


1898년, 혁신으로 시작된 리츠 파리

파리 중심부 방돔 광장에 위치한 리츠 파리는 호텔 이상의 의미를 담고 있었습니다. 127년의 역사 동안 왕족과 예술가, 문학 거장들이 사랑한 파리 상류 사회의 사교장이었죠.

이 전설적인 호텔을 만든 사람은 가난한 스위스 농가 출신의 세자르 리츠였습니다.

밑바닥에서 시작한 호텔의 혁명가

13남매 중 막내로 태어난 세자르 리츠는 15세에 소믈리에 견습생으로 일을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서투른 솜씨 때문에 호텔 주인으로부터 "당신은 호텔업계에서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는 말을 들으며 해고당했죠.

그러나 그는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파리 최고급 레스토랑에서 일하며 명사들을 접대하는 법을 배웠고, 마침내 1898년 자신만의 호텔을 열었습니다.

그의 목표는 명확했습니다. 바로 '왕자도 머물고 싶을 만큼 정교한 곳'. 리츠 파리는 유럽 최초로 모든 객실에 전용 욕실, 전기, 전화기를 설치한 호텔이었습니다.

그의 아내 마리 루이즈 리츠는 여성 고객을 위한 디테일에 집중했어요. 긴 드레스를 입은 여성들을 위해 넓고 낮은 계단을 설계하고, 피부 톤을 아름답게 보이게 하는 복숭아색 수건을 선택했습니다. 호텔 최초로 여성 전용 바를 만든 것도 그녀였답니다.


샤넬이 34년간 머문 이유

1920년대부터 리츠를 자주 찾았던 샤넬. 그녀의 패션 하우스가 바로 근처 캉봉 거리 31번지에 있었기 때문이었죠. 그곳에는 매장과 아틀리에, 그리고 그녀의 아파트까지 있었습니다.

하지만 1937년, 샤넬은 자신의 아파트를 두고 리츠 파리 302호 스위트룸으로 이사를 결심합니다. 1935년부터 더 많은 시간을 호텔에서 보내기 시작했고, 1954년부터는 완전히 이곳에 정착했다고 해요.

샤넬은 스위트룸을 자신만의 공간으로 만들었습니다. 스웨이드 소파, 크리스탈 램프, 베네치아풍 거울, 코로만델 병풍까지. 사용하던 가구와 소품을 하나하나 가져와 블랙과 화이트 톤으로 꾸몄죠. 매일 저녁 일을 마치고 캉봉 거리를 건너 리츠로 돌아오는 것이 그녀의 일상이 되었습니다.

리츠 파리는 샤넬이 추구한 모든 것을 갖추고 있었습니다. 절제된 우아함, 완벽한 서비스, 그리고 진정한 편안함. 세자르 리츠와 마리 루이즈가 만든 '손님을 위한 디테일'이 샤넬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이죠.


전설이 살아있는 공간

코코 샤넬 스위트

2012년부터 2016년까지 4년간, 약 4억 5천만 달러를 들인 대규모 리노베이션 후 리츠 파리가 재개장했습니다. 샤넬이 머물던 공간은 '코코 샤넬 스위트'라는 이름으로 방돔 광장이 더 잘 보이는 202호로 옮겨졌어요.

샤넬을 36년간 이끈 칼 라거펠트가 직접 참여한 약 155㎡ 규모의 이 스위트에는 샤넬의 코로만델 병풍, 중국 가구, 바로크 거울이 그대로 담겨있습니다. 창밖으로는 방돔 광장의 기둥이 보이는데, 이 기둥의 형태가 샤넬 No.5 향수병 마개의 영감이 되었다고 전해지기도 합니다.

바 헤밍웨이

리츠 파리를 사랑했던 또 한 명의 전설, 헤밍웨이. "파리에서 리츠에 머물지 않을 이유는 단 하나, 그곳을 감당할 수 없을 때뿐이다.” 라고 말했을 정도라고 해요.

1층에는 헤밍웨이가 즐겨 찾던 '바 헤밍웨이'가 여전히 그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바 안에는 헤밍웨이의 초상화와 종군기자 시절 사진 등이 전시되어 있고, 가죽 의자와 황소 두개골 장식이 그의 정신을 기리고 있어요.

무명 작가 시절부터 사랑한 그곳에서 지금도 전설의 칵테일을 맛볼 수 있답니다.

그 외에 다양한 분야의 전설들

리츠 파리를 애용했던 배우 찰리 채플, 그리고 소설 ‘위대한 개츠비’ 의 작가, F. 스콧 피츠제럴드, 소프라노 마리아 칼라스 등의 이름을 딴 스위트룸도 만들어져있습니다. 단순히 이름만 딴 것이 아니라, 인물의 특징도 의미를 담아 룸 안에 구현해놓았어요.


현재까지 이어져오는 그 시절의 정신과 럭셔리

리츠 파리가 전하는 진정한 럭셔리는 화려한 장식이 아니었습니다. 머무는 이가 진정으로 자신만의 공간으로 느낄 수 있게 만드는 것. 코코 샤넬이 34년간 이곳을 떠나지 못한 이유이자, 리츠 파리가 오늘날까지 세계 최고의 호텔로 남아있는 비결입니다.

대규모 리노베이션을 거쳤지만, 중요한 것들은 변하지 않고 여전합니다. 역사와 정신이 깃들어 있는 것들은 말이죠. 전설이 사랑했던 그 경험을 직접 느껴보고 싶다면, 리츠 파리로 향해보세요.


이미지 출처: 리츠 파리 제공 및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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